[다산칼럼] 선거의 해, 재정개혁이 필요하다

입력 2024-03-26 17:36   수정 2024-03-27 00:23

2024년은 총선의 해다. 표심을 잡기 위한 각종 포퓰리즘적 공약이 남발되고 있다. 재정 포퓰리즘은 재정 건전성을 크게 위협한다. 급속한 재정 팽창에 따른 재정 적자 확대 우려가 크다. 이미 선거용 돈 풀기에 지구촌 여러 나라가 부작용을 겪고 있다. 미국은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4% 수준에서 향후 4년간 6.5~8%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4조달러 규모의 국채가 발행된다. 영국은 올해 2020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국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상당수 지방정부가 재정위기에 직면해 있다. 잘못된 재정관리로 시의회 5개 중 1개가 재정위기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독일도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GDP 증가율이 0.2%로 이웃 프랑스에 밀리고 있다. 법인세율이 높고 노동생산성 증가율, 행정처리 소요 기간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정부 부채를 늘려 재정 확대에 나서기 쉽지 않다. 지난해 -0.3% 성장해 3년 만에 역성장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11월 기준 한국의 관리재정수지는 64조9000억원 적자다. 연간 전망치 58조2000억원을 웃돈다. 중앙정부 채무 또한 1109조원으로 전년 말 대비 67조원 늘어났다. 연간 전망치 1101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올해 관리재정수지 예상치는 91조원 적자로 GDP 대비 3.9%로 전망된다. 정부가 연이은 감세정책으로 내년 재정적자가 GDP의 3%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선심성 예산이 대폭 늘어났다. 정부는 지난해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모든 재정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정치 보조금 예산, 이권 카르텔 예산을 과감히 삭감했다”고 밝혔다. 심의 과정에서 지역화폐 발행 지원 등 현금성 지원 예산이 늘어나 총선 수요에 부응한 측면이 강하다.

예비타당성조사 활성화가 시급하다. 예타는 김대중 정부 시절 도입해 지난 20년간 144조원 이상의 예산 절감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국회에서 여야 간 예타 대상 축소 및 정책사업 고려 등이 이뤄지면서 예타가 종이호랑이가 됐다.

지방재정조정제도를 시급히 손질해야 한다. 지방교육교부금과 지방재정교부금이 내국세의 일정 비율로 묶여 신축적인 예산 집행이 어렵다. 지방교육 부문은 방대한 흑자 기조를 보인 반면 고등교육은 재정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크게 대조된다. 국제기구도 한국은 고등교육 부문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감사원은 연 14조원꼴로 불필요한 지출이 이뤄졌음을 지적한 바 있다.

미국 경제학회는 2024년 연례 총회에서 재정개혁을 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 재발하고 재정 적자 문제를 방치하면 국가신용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정개혁을 위기 해법으로 제시하면서 인플레보다 더 큰 위험 요인은 정치라고 지적했다. 기축통화국임을 과시하면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음을 거론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리스토퍼 심스 프린스턴대 교수는 재정 적자로 이자 비용이 상승해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91개에 이르는 현행 부담금을 전수조사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준조세, 그림자 조세로 도처에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각종 부담금 징수금액은 24조6000억원으로 2002년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부담금 제도 수술 방침에 부담금을 사실상 쌈짓돈으로 써온 부처, 지방자치단체, 협회 등이 반발하고 있다. 회원제 골프장 입장료, 영화관 티켓 등이 폐지된다.

올해 국채이자 상환에 27조4000억원이 소요된다. 2028년 GDP 대비 부채 비율은 57.9%로 11개 비기축통화국 중 두 번째로 높아진다. 지난해 신흥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68.2%(국제금융협회)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재정건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러 분야에서 재정지출이 늘어나고 있다. 나라 곳간이 새면 국가경쟁력 유지가 어렵고 선진국 지위도 위협받을 수 있다. 선거의 해, 재정개혁의 필요성이 크다. 공자가 말한 ‘정재절재(政在節財)’처럼 정치의 요체는 재물을 아끼는 데 있다. 올해를 재정개혁 원년으로 삼는 용기와 지혜로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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